April

01 APR 2025

그새 사월, 일분기가 지났다. 열흘 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마테오는 돌아갔다.그와 이번에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어쩌면 접점이랄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과 파리에서의 추억은 그때의 추억대로 남겨 두겠지만 이제 뭘 더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는 나를 더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함께 만들어 볼 수도 있을 만한 접점마저 없다. 다들 살기 바쁘고, 귀찮고, 타인과 정도 이상으로 가까워질 여유를 두지 않는다. 샘은 유튜브와 틱톡, 마테오는 유튜브와 웹툰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런 것들. 지윤이 해가 갈수록 감정이 말라 간다는 이야길 곧잘 했는데 회사를 다니면 다 그렇게 되는 건지. 다들 답도 없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가만히 보면 나만 고뇌하고 있다. 나만 아주 좋아하고 아주 슬퍼한다. 그가 떠나던 날 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랬더니 자기가 가는 것 때문에 슬픈 거라면 역까지 데려다 주지 않고 여기서 헤어져도 된다며, 가도 된다고 했다. 이별이 길수록 힘들어지지 않냐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렸다. 그는 슬프게 만드는 것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슬프지 않은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운 것은 나 혼자였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나만 유난이다. 나는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면 외롭다. 외로움은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사는 어느 당신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남의 마음 신경 쓰기 귀찮고 힘들고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들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도 반갑고 기쁜 것에 앞서 버겁다. 혼자 유튜브 보고 영화 보는 게 편해, 나도. 너처럼.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같을 수도 있겠다. 사람에 관해서는 맥이 좀 없다는 접점. 내가 그와 헤어질 때마다 우는 건, 이제 내가 그를 먼저 찾을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보자고 말했지만, 난 잘 모르겠다. 부디 잘 지내.

Requiem for a Dream
오늘은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을 보았다. 이렇게 끔찍한 영화도 오랜만이다. 정말 한 명 한 명 모두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영화였다. 사라는 전기 충격으로 온전치 못한 상태가 되고, 마리온은 마약을 위한 돈을 얻기 위해 성매매를 하기에 이르고, 해리는 감염으로 인해 한쪽 팔을 잃는다. / 이렇게 처참하지만 영상 연출은 무척 훌륭했다. 마약을 하는 장면은 짧은 클립으로 자주 본 적이 있지만 역시 잘 만들었다. 불연속적인 컷들이 아주 짧은 호흡으로 연달아 나오는데, 같은 방식으로 올라간 사운드와의 조응도 아주 좋았다. / 크게 해리의 스토리와 다이어트용 약물을 복용하는 사라의 스토리 두 갈래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나에겐 후자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오래된 빨간 드레스 - 젊음 - 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텔레비전 쇼에 출연하는 망상, 그에 관해서 사라가 오고 가는 환희와 공포의 교차가 정신 착란이 시각적으로 묘사된다. 그 기저에 깔린 것이, 늙었고, 외롭고, 더 이상 돌볼 것도 없는 노인의 마음이라는 것이 슬펐다. 향정신성 약물의 효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 쾌락을 위해 그것을 소비하는, 영화 속 나머지 인물들의 경우와는 달랐으므로.

이달의 월세를 보냈다. 천 파운드씩 빠져나갈 때마다 이곳에서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May

June